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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낭독회
10월 시낭독회에서 낭독된 시들을 공유합니다.
언제: 10월 18일 (월)저녁 7시 30분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단 풍
-김종길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작년 이맘때 오른
산마루 옛 城터 바위 모서리,
작년처럼 단풍은 붉고,
작년처럼 가을 들판은 저물어간다.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작년에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물음.
자꾸만 세상은
저무는 가을 들판으로 눈앞에 떠오르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동안
덧없이 세얼만 흘러가고,
어이없이 나이만 먹어가건만,
아직도 사위어 가는 불씨 같은 성화는 남아
까닭없이 치미는 울화 같은 것
아,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저무는 산마루 바위 모서리,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정 지 원 -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 말로
짙 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가을 바람
이 해 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